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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식과 예술가로서의 삶

김영태

역사인식과 예술가로서의 삶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 영광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민족적인 아픔이 곳곳에 베여있고 모순과 상처로 얼룩져 있다. 1945년 8월15일에 일제강점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비록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한 광복은 아니었지만 이 땅의 민중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르게 펼쳐졌다. 국토는 강대국의 정치적인 이익 때문에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고, 곳곳에서 이념적인 갈등이 표출되었다. 그뿐 만 아니라 일제가 전쟁에서 패하고 해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친일파들은 미군정하에서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사회 여러 분야에서 득세하였고 민중들을 탄압했다. 심지어는 독립 운동가들과 그들의 가족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목숨을 빼앗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모순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공산주의자 혹은 빨치산이 되었다. 이승만 정부는 친일파를 척결하기 보다는 제헌국회의원들이 구성한 반민족특별위회가 친일파를 처벌하는 것을 방해했고, 결국 반민특위를 해산시켜버렸다. 국내에 정치적인 기반이 없었던 이승만은 친일세력을 이용해서 정권을 수립하고 유지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분단과 한국전쟁을 정권안보에 이용했다. 이후 등장하는 독재정권들도 같은 방법으로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를 위해 노력했다. 한국현대사의 모순과 불행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현재도 우리사회는 곳곳에서 친일잔존 세력들이 남아 있고, 그들은 이제 친미주의자가 되어 국가와 민족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다. 


 이제는 친일파, 친미주의자들 외에도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정권유지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민주인사들을 탄압한 이들이 우리사회를 퇴행시키고 있다. 흔히들 일제강점기 36년 동안의 친일행위나 독재정권 당시의 반민주적인 행동을 어쩔 수 없었던 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반민족인 행위이자 반민주적인 범죄다. 그 당시도 개인을 희생하면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시킨 이들이 있었는데 그와 다르게 행동한 이들은 어떠한 논리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특히 지식인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에서 친일행위를 하고 반민주적인 행위를 한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그러한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결코 용서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근현대사의 아픔을 살펴보았다. 이와 같은 아픔과 모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극복하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또한 표면적인 민주화를 이룩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하지만 지난 7년 사이에 우리나라는 또 다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고, 역사가 퇴행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예술가라면 이러한 사회적인 현실을 외면하거나 방관하면 안 된다.


 동시대 예술은 단순하게 미와 추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현실을 초월한 이상향적인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예술적인 가치를 두지 않는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것이 예술가의 의무이자 특권이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실은 언제나 부조리한 면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언제나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것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정치적인 것 외에도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불합리함에 대해 비판하고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는 것이 20세기 초반이후 예술가의 주된 활동이다. 정치현실 뿐만 아니라 예술과 예술제도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그것에 대해서 풍자하는 것도 예술가의 여러 역할 중에 하나다. 그러므로 예술가는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동시대 사회에선 정치권력뿐 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권력도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파행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인사문제다. 또한 대구미술관관장의 파행적인 인사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중에서 대구사진비엔날레와 대구미술관 인사문제는 지역에선 특별한 문제의식의 표출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특히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파행인사문제는 대구지역 미술계가 오히려 방조하거나 옹호하고 있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다. 권력에 약한 반 예술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참으로 민망한 현실이다. 이시대 한국예술은 동시대 예술의 근원적인 의미를 다시 생각 해 볼 때이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고 전체적인 사회분위기가 경직되고 있다. 또한 경제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래가 희망적이지 못하고 불투명하다. 사람들은 꿈을 꾸는 것을 포기하고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가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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